손해의 사회적․법적 전개

Abstract

현대 사회에서의 손해의 사회적․법적 전개를, 프랑스에서의 정신적 손해의 확대와 환경손해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독일을 중심으로 한 손해에 대한 본질적 접근방식과는 달리, 프랑스는 배상 가능한 손해의 요건만을 제시하는 외연적 접근을 하고 있다. 피해자 관련성, 확정성, 이익의 적법성 등의 요건만 충족되면 배상 가능한 손해로 인정되기 때문에, 프랑스 법원은 비교적 자유롭고 편하게 법적으로 인정되는 손해를 구성해 왔다. 장래손해의 인정은 물론이고 일정한 요건 하에서의 기회의 상실도 손해의 일종으로 인정한 것은 프랑스 민법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일반불법행위책임체계를 기반으로 손해배상을 인정해왔기 때문에, 프랑스는 정신적 손해의 구성에서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적극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정신적 손해의 확대 현상은 현대 사회에 들어서 두드러진다. 즉 ‘취미상실손해’(le préjudice d’agrément), ‘희망상실손해’(le préjudice d’établissement), ‘성적 손해’(le préjudice sexuel), ‘불안손해’(le préjudice d’anxiété), ‘사망공포손해’(le préjudice d'angoisse de mort imminente)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하여 손해가 너무 두서없이 법원에 의해 자의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기도 하지만, 수많은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고려한다면, 정신적 손해를 과감히 확대하고 있는 프랑스 법원의 태도를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환경손해의 국제적 전개의 경우, 주목할 점이 있다. 그것은 법적 권리의 주체(자연인, 법인)가 피해를 입었는지와 무관하게, 자연 자체가 입은 피해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근대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전통법체계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인공지능의 등장과 함께 얘기되고 있는 법학의 탈인본주의(post-humanism) 현상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