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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행동으로서의 문학과 문학의 유용성 논변
초록
이 논문은 1970년대 후반 최인훈의 문학론을 ‘문학의 유용성 논변’이라는 관점에서 고찰한다. 분석의 중심 텍스트는 1978년에 발표된 「문학과 이데올로기」이며, 이와 비슷한 시기에 쓰인 「문학은 어떤 일을 하는가」와 1979년의 「소설과 희곡」을 함께 읽음으로써 논의를 보완한다. 이 시기는 최인훈이 아이오와 대학 국제작가초청프로그램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로, 소설 쓰기를 중단하고 희곡 작가로 전환한 사실이 주목을 받던 때였다. 최인훈은 인간의 행위를 ‘현실 행동’과 ‘기호 행동’으로 구분하고, 기호 행동을 다시 ‘현실을 위한 기호 행동’과 ‘현실로서의 기호 행동’으로 나눈다. 문학과 예술은 이 가운데 ‘현실로서의 기호 행동’에 속하며, 실제 현실을 직접 변화시키거나 그에 작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중적 의미에서 비실용적인 행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최인훈은 문학이 실제 현실과는 다른 별개의 현실, 즉 ‘부(-)의 현실’로서의 작중현실을 창조하며, 이 작중현실이 자족적이고 완결된 전체로서의 세계를 구현한다고 주장한다. 독자는 문학 경험을 통해 문명정보 전체를 직관할 수 있으며, 이것이 문학만이 수행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이자 유용성의 근거라는 것이다. 이 논변은 비슷한 시기 김현이 ‘문학의 무용함’에서 출발하여 문학의 가치를 증명하려 했던 논의와도 비슷한 면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문학이 실생활에 직접 유용하지 않다는 세간의 인식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그 대답의 방향은 달랐다. 문학의 가치를 억압에 대한 고발과 폭로 능력에서 찾은 김현과 달리, 최인훈은 문학이 인간을 문명정보 전체와 대면하게 하고 그럼으로써 주체적인 삶의 토대를 마련해 준다는 데서 문학의 유용성을 확인한다. ‘문학은 어떤 일을 하는가’라는 제목 자체가 김현의 한국문학의 위상 각 장의 의문문 형식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는 점도 두 사람의 논의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최인훈의 문학의 유용성 논변은 역설적이게도 소설 장르의 한계를 확인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문명정보 전체를 직관하게 하는 문학의 기능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독자가 작중현실을 실제 현실과 구별되는 ‘부의 현실’로 온전히 받아들여야 하는데, 소설 장르에서는 이 조건이 충족되기 어렵다는 것이 최인훈의 판단이었다. 실제 현실과의 혼동을 가장 적게 유발하는 장르로서 최인훈이 선택한 것이 연극(희곡)이었으며, 이런 관점에서 희곡으로의 전환은 우연이 아니라 자신의 문학론에서 도출된 실천적 결론이었다고 할 수 있다.
키워드
- 제목
- 기호 행동으로서의 문학과 문학의 유용성 논변
- 제목 (타언어)
- Literature as Sign Action -An Argument for the Utility of Literature-
- 저자
- 정영훈
- 발행일
- 2026-05
- 유형
- Y
- 저널명
- 우리어문연구
- 호
- 85
- 페이지
- 123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