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樸의 『天籟集』 後期詞 硏究 - 建康으로의 이주 이후를 중심으로 -

Abstract

白樸은 원곡 4대가의 한 사람으로 잡극은 물론 산곡에서 뛰어난 작가라는 평을 받아왔으며 그에 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의 사는 확실히 원대를 대표하는 작가라 할 수 있음에도 지금에 이르기까지 원곡의 명성에 가려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였다. 그의 사는 원래 200여수가 전한다고 알려졌으나 그간에 많이 산실되고 현존하는 『天籟集』에는 104수만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원대의 작가들 중에서는 王惲·劉敏中·許有壬·張翥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것이다. 『천뢰집』 사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는 백박의 생애와 금원시기 문인들의 사상, 金元詞의 구체적 내용 및 예술적 특성 등을 규명하는 데 기여하는 바가 크다. 본고에서는 徐凌云의 『天籟集编年校注』에서 고증한 연대를 바탕으로 백박의 사를 전기와 후기로 구분하고 내용과 제재, 표현된 사상에 따라 嘆世懷古·隱居自適·敍景詠物·男女戀情·贈答頌讚·羈旅送別로 분류하였다. 그의 전기사에는 젊은 시절 왕성한 혈기와 풍류생활이 잘 반영되어 있지만, 후기사에는 전기와 달리 은거자적과 탄세회고의 작품이 가장 많다. 그는 만년에 건강에 복거하여 詩酒와 더불어 한적한 삶을 살았지만 완전히 산천으로 은둔한 隱士는 아니었다. 그의 은거자적 사에는 당시의 권세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塵世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入世와 避世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半隱半俗의 특이한 면모가 잘 나타나 있다. 이에 은거자적과 탄세회고를 제재로 한 백박의 사는 金元詞에서 찾아보기 드문 명작들로 蘇軾과 辛棄疾로 이어지는 北方詞人의 사풍을 계승하여 뛰어난 예술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서경영물에서는 경물에 감정을 이입하여 서경적 이미지에 서정적 미감을 더하였으며, 남녀연정에는 전기처럼 靑樓를 드나들면서 기녀와 나눈 열정적인 사랑을 노래한 작품은 보이지 않고, 사랑의 대상을 바로 앞에 두고 한 걸음 물러난 상태에서 조망하듯 상당히 절제된 사랑의 감정을 진지하게 묘사하였다. 여기에는 함축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宋詞와 본색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散曲의 영향을 받은 흔적도 보인다. 이외에 증답송찬과 기려송별에는 작자의 의지와 교유관계에 대한 면모가 잘 나타나 있는 가운데 만년의 처세 태도와 생활상이 반영되어 있다. 그는 옛사람의 詩句와 전고를 자연스럽게 운용하여 자신의 심경을 표출하는데 뛰어났으며, 특히 후기의 사들은 대체로 정서도 풍부하고 문장도 아름다워 준일한 호방사와 부드러운 완약사의 장점을 동시에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